오토바이 책임보험만 들고 타면 패가망신할 수 있는 이유
오토바이를 구매하고 구청 이륜차 창구에 가서 합법적인 등록을 마치고 번호판을 달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법적 요건이 있습니다. 바로 대인 보상 1과 대물 보상 약간이 포함된 이른바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워낙 이륜차 첫해 보험료가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싸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입문자분들이 법망만 간신히 피하기 위해 가장 싼 책임보험만 달랑 인터넷으로 들고 헬멧을 쓴 채 도로로 튀어 나갑니다. 저 역시 바이크를 처음 샀던 1년 차에는 덜컥 겁나는 백만 원 단위의 금액에 종합보험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책임보험만 가입했었죠. 하지만 오토바이를 오래 타면 탈수록 이 얄팍한 책임보험 한 장만 믿고 공도를 달리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내 인생을 건 끔찍한 베팅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스치면 한도 초과, 거리의 수입차 지뢰밭
책임보험의 구조를 뜯어보면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 차량의 망가진 부분이나 다친 몸 등 기본적인 피해만 법이 정한 아주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만 보상해 줄 뿐입니다. 만약 내가 빗길이나 모래를 밟고 미끄러져 혼자 넘어지는 단독 사고가 나거나, 퇴근길 교차로에서 아주 비싼 수입차나 외제차와 살짝 접촉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립니다. 보통 오토바이 책임보험의 대물 한도는 2천만 원 수준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요즘 거리에 널린 게 포르쉐나 벤츠 같은 고가의 수입차라 범퍼 하나만 살짝 긁어도 도색비와 렌트비로 이 2천만 원의 한도가 순식간에 초과되어 버립니다. 그럼 한도를 오버한 나머지 수리비 천만 원은 어디서 나올까요? 맞습니다, 얄짤없이 내 지갑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현금으로 갚아야 합니다.
부서진 내 몸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외제차보다 더 무서운 최악의 시나리오는 바로 내 몸이 심하게 다쳤을 때입니다. 내가 가해자인 사고가 나거나 쌍방 과실이 나왔을 때, 책임보험은 그저 상대방의 피해만 제한적으로 물어줄 뿐 사고 충격으로 인해 도로에 나뒹굴며 부러지고 찢어진 내 몸의 치료비는 단 1원도 챙겨주지 않습니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자기신체사고 특약이나, 뺑소니범을 잡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무보험차 상해 특약이 오토바이 책임보험에는 쏙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를 치고 간 가해자가 번호판 없는 대포차거나 책임보험조차 없는 불법 체류자라면, 수개월 입원해야 하는 수천만 원의 병원비를 오롯이 내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오토바이는 에어백이나 차체를 든든하게 보호해 줄 튼튼한 철판 껍데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슬립 사고에도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초기 바이크 세팅 비용이 수십만 원 더 들더라도 남을 위한 대인 보상 2를 무한으로 설정하고, 무엇보다 길바닥에 쓰러진 내 몸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치료비를 대줄 수 있는 자손 특약이 빵빵하게 포함된 종합보험 가입을 라이더 선배로서 강력하게 호소하고 추천합니다. 취등록세 십만 원이나 예쁜 머플러 튜닝 비용을 악착같이 아껴서라도, 바이크 라이프에서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최우선 순위는 멋진 풀페이스 헬멧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족의 평화를 지켜줄 든든한 종합보험이라는 팩트를 절대 잊지 마세요.